









" 아니면 제 본모습을 찾아가는 것일까. "


W. 숭아 | I. 담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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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평범하다면 평범한 가정집의 고3, 그리고 침대와 책들이 꽂혀 있는 방. 그리고 그 속의 평범한 나.
나는 특정 계절의 새벽 시간대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좋아하는 이유는 그저, 세상에 새하얀 눈이 내려오는 것이 까만 높이에 지우개로 지우는 듯한 모습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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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에도 겨울의 새벽시간대에 나가 아무도 밟지 않는 눈을 밟아보거나, 오직 하나의 가로등이
비추는 차가운 벤치에 앉아 꽤 오랫동안 지켜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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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평범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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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함박눈이 내리는 날이었다. 평소처럼 적당히 얇은 옷에 코트하나를 걸치곤 새벽에 밖으로 나가
항상 앉아 있는 차가운 벤치에 앉았다. 그렇게 눈을 지켜보던 중 문득 손을 뻗어 손에 눈을 받았다.
눈은 차가웠지만 죽지 않고 점점 쌓여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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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지났을까 손이 저릴 때쯤 눈을 후ㅡ하고 불어보았을 때 보인 것은ㅡ...어쩐지 익숙하면서도
서글픈 느낌이 드는 지팡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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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조그마한 지팡이를 발견하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마치 그게 목적이었다는 듯이. 그리고
냉동고도, 차가운 창문 밖도 아닌 그저 유리 케이스에 넣어두었다. 결정들로 이루어진 그 차가운 지팡이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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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지났을까 나는 그 지팡이를 다시 찾았다. 인터넷을 둘러보다 발견한 어느 지역의 계절신 지팡이와 비슷했기에. 그 계절신 이야기는 유명하진 않지만 그 지역에서 오래된 전설처럼 내려온다고 한다.
계절신 최초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능력을 사용해 재앙을 불러일으킨, 처음이자 다신 없을 계절신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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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실험을 위해 일주일동안 매일 새벽에 그 지팡이와 밖으로 나왔다. 이 지팡이는 특이하게도
내가 들고 있든 매달고 있든 나와 붙어있어야 커져만 갔는데 특히 눈이 오는 새벽이네 더욱 크게 반응
하였다. 이 지팡이가 나에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 알 수 있는 것은 그 무엇이든 간에
이 지팡이가 원인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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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 지팡이는 내 키보다도 커진 상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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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와 붙어있으면 있을수록 동화되어 가는 듯 했다. 점점 이상한 기억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맨처음은
얼굴을 알 수 없는 세 명. 곧이어 여러 인간..? 아니 사람들이 보이며 그 기억속의 내가 분노하고 있다.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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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벽에 기억속의 내가 미안하다고, 속죄의 말을 뱉는다. 자신이 선택한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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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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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기억속의 나는, 화살을 맞으면서 생각한다. 이 폭풍으로 제일 먼저 죽는 것은 “내”가 좋아한
그 두 사람의 계층이 먼저 죽을 것을. 이 욕심이 가득한 자들은 절대로, 절대로 이 폭풍에 죽지 않을
것이라는 것. 그저 욕심이 불러온 화라는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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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가 겨울신일까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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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억을 잃자 나에게 변화가 찾아온다. 눈의 동공이 점점 옅어지는가 싶더니 변했고, 머리카락색이
점점 하얗게 되더니 이내 백발이 되었다. 어째서? 내가 그 겨울신이라도 되는 것일까? 아니, 애초에
내가 이 지팡이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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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신과 동화되어 가는 것일까. 아니면 제 본모습을 찾아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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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겨울신은 겨울신, 나와는 다르다. 설령 전생이라 하더라도 지금의 나는 겨울신이 아니다.
절대로, 내가 겨울신이 될 수 없으며 반대로 겨울신도 내가 될 수 없다. 이 죄는 나의 죄가 아니며 또한 그 벌은 이미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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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