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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디 불면 없는 행복한 꿈을 꾸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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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SYRi | I. 렌지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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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것이라, 그것은 비단 필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다.

인간은 죽음이라는 형태로 삶의 마침표를 찍기라도 하지, 이종족들은 안식이라 불리는 초라한

마지막조차 가늠할 수 없는 아득한 저 편에 있기에 철갑처럼 삐걱거리는 너덜한 제 몸뚱이 들고

살아간다. 스스로의 끝을 가늠할 수 없기에 평안하고 안온한 마침표 하나 찍으려 애쓰는 것이다.

불쌍한 운명이기도 하지. 덜컹거리는 창 너머의 풍경을 바라보며 수현은 저 앞집 라더에게서 넌지시 들은 얘기를 곱씹었다.

 

 

공룡이 긴 잠에 들었다.

 

 

 

*

 

잠뜰이 저승열차를 타고 떠나고, 새로운 이웃조차 마지막 인사를 건넨 어느 날에, 공룡은 홀연히

작별을 외쳤다. 누구보다 소중히 하고 아꼈던 작은 인간의 집을 정리하며, 제 친우인 라더를 향해

공룡은 고향에 돌아가 잠에 들겠다고 담담히 고했다. 수상한 이웃들의 이야기가 적혀 있던 책을

손으로 몇 번 쓸고는, 환하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더라. 그 표정이 못내 이별을 견디지 못해 하는 것 같아, 그런 공룡에게 라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뒤로 공룡은 집을 비웠다. 카펫도, 마당 앞 꽃밭도, 지하실도. 집의 주인은 여전히 공룡이었지만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수현이 뒤늦게 공룡의 집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공룡의 집은 비워져 있었다. 텅 비워진 집을 바라보며 수현은 어떤 생각을 했더라. 수현이 기억하는 것은 벽 한쪽에 걸린 승화와 잠뜰의 액자, 그리고 새하얀 인형이었다. 익숙한 모양의, 어딘가 많이 낡은. 그것을 멍하니 보던 수현은 치밀어 오르는 토악감에 공룡의 집을 뛰쳐나왔다.

 

옛날에, 저희들의 필멸자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에, 수현은 공룡의 꿈을 본 적이 있다.

공룡의 부탁 때문이었다. 아마 삼일 째 잠에 들지 못했다고 했었나. 공룡의 눈 밑에 짙게 드리워진

다크서클을 보던 수현은 기함하며 그를 침대로 데려가 눕혔었다. 침대에 눕혀진 공룡을 보며,

수현은 그 옆에 걸터앉아 주문을 걸어주었다. 그럼 그제야 잠에 들던 공룡을 수현은 기억하고 있다.

다정한 드래곤 같으니. 수현은 잠뜰의 죽음에 가장 많이 눈물 흘린 이가 공룡임을 알고 있다.

거뭇한 눈가를 쓸어내리며, 수현은 조용히 노래를 불렀다. 아이야, 너무 그리워는 마렴. 어디선가

들었던 음계를 조용히 읆으면, 수현은 무언가를 보았던 것도 같다. 아마 그것은 공룡의 꿈일 것이라고 수현은 믿었다. 광활한 들판, 흐드러지게 핀 푸른 꽃들, 파르란 하늘을 가로지르는 공룡, 그 아래

자신들의 모습, 그리고 그 아래의 바로 선, 인간, 잠뜰. 무척이나 행복한 꿈을 꾸고 있구나. 그 뒤로 매번 공룡은 수현을 찾았다. 수현은 그의 머리맡에 앉아 자장가를 불러주며 꿈속으로 향하는 대신 하얗고 어딘가 익숙한 인형 하나를 건네주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수현은 서서히 그 꿈을 잊어 갔다.

 

 

 

버스가 도착한 장소는 전에 와본 적 있었다. 파르라니 펼쳐진 숲과 그 아래 여실히 봐온 푸른 꽃은 꿈에서 보던 것과 너무나도 닮았기에 수현은 그 사이에 공룡이 있음을 알았다. 전에 들렸을 때보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는 것 같기도 하다. 수현은 느리지만 발을 뻗어 앞으로 나아갔다.

이미 그 앞에서 공룡을 찾았음이라. 저 휘청이며 꺼지는 새하얀 빛을 어찌하여 보지 못할까. 눈 감은 공룡의 위로 그림자가 졌다. 살덩이에 가려진 산록빛 홍채가 드러났다.

 

“공룡아.”

“왜 이제야 왔어. 엄청 늦었네.”

 

공룡이 장난스레 눈을 접으며 웃었다. 공룡아. 입을 둥글게 모아 그 이름 석 자 서글프게 부른다.

허망하게 숨이 퍼져나간다. ...공룡아. 다시금 불린 제 이름에 공룡은 수현을 향해 손을 뻗었다.

꿈토끼, 요정님. 수현이 공룡의 머리맡에 주저앉았다.

 

“수현아.”

 

장난스럽게 자신을 부르는 그 한마디에 어찌 숨이 턱 막힐까. 수현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밀도 높은 슬픔이 빽빽하게 몰려온다. 불멸들의 삶은 영원하기에 사랑이 있는 것이지. 우리는 영원히 살아가지만 사실은 온정 없이 살아가지 못하니까 이 쓰라린 상처를 견뎌내야 하는 걸지도 모른다. 공룡의 손이 수현의 눈가에 닿았다. 꺼슬한 피부에 검은 그림자가 졌다. 너도 나처럼 잠에 들지

못했구나. 공룡이 해사하게 웃었다.

 

“우리 같이 자자.”

 

언제든 깨어나도 좋아. 아주 오랫동안, 긴 시간동안 잠들 테니까. 해처럼 빛나는, 그리 씁쓸히도 웃는 공룡을 수현은 본적이 있던가. 넘실거리는 파도에 잠긴 것처럼, 수현은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잠에서 깨어나면 웃으면서 인사하자. 그러고 나면, 볕 아래서 모두와 모여 조촐한 식사를 하자.

차 한 잔 마시며 같이 뛰어놀다가, 노을이 지면 발걸음 돌려 언덕 위로 올라오자. 밤이 찾아오면

조각 같은 하늘 아래 소중한 이를 찾아 인사해주자. 내가 깨어났다고,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 전해주자. 공룡아. 노란 홍채에 물기가 가득 차오른다. 잘자. 보랏빛 별무리가 반짝인다. 의식이 허공을 부유한다. 밀려오는 수마에 공룡은 편안히 눈을 감았다.

 

그대들, 작은 불멸자. 부디 불면 없는 행복한 꿈을 꾸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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