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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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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Osin | I. 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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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사무실 가운데 볼펜의 사각거림과 초침의 똑딱 소리만이 공간을 매웠다. 어느새 하루의 남은

시간은 11시를 가리키고 있는 시계의 시침만큼이나 짧아져있었다.

 

"이쯤 할까."

 

평소라면 남은 할당량을 기어코 처리했을 잠뜰은 목구멍 뒤로 치미는 기시감에 이만 짐을 챙겼다.

블라인드를 내리며 창문으로 슬쩍 본 오늘의 하늘에, 유독 새하얗다. 따위의 시답잖은 감상을 남기곤

시려오는 손끝으로 불을 껐다. 그때였다.

 

[시나리오가 수정되었습니다.]

 

새파란 자막이 기다렸다는 듯 나타났다. 잠뜰의 세상이 어둠으로 뒤덮이자마자. 원래라면 수사 중에나

나타났을 자막이 능력의 발동과 관계없이 나타나기 시작한 게 잠뜰은 빌어먹게도 거슬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느는 건 초조함뿐이었다. 별일 아니겠지, 애써 하던 자위마저 그 진훍같은 감정이

먹어치웠다. 이 능력은 저를 좀먹는 주제에 스스로에 대한 건 하나도 알려주지 않아 의미 불명의

저 문구도 어디서 기원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잠뜰은 차가운 손으로 양 볼을 짝 짝 때렸다. 정신이 번쩍 돌아왔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제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사실을 떠올렸다. 이 기이 현상이 시작되기 딱 하루 전 꾸었던 이상하리만치

생생한 꿈이었다.

 

"... 해볼까, 재구성."

 

꿈이라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만약이 있으니까. 잠뜰은 코트의 주머니에서 고래 모양 배지를 꺼냈다.

자신은 지금 꽤나 간절했다. 불가능할지라도 해내야 했다. 떠올려. 기억해 내. 그날 꿈속에 있었던

모든 일들을.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이윽고 잠뜰의 눈동자가 푸르게 변했다. 허공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허... 이게 되네."

 

잠뜰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대성공이었다. 공간이 변했네, 여기가 내 꿈 속이구나. 정말 자신이

꿈을 재구성하는데 성공했구나. 물론 완전하진 않았다. 풍경은 형태만을 유지한 채 노이즈가 낀 듯

흐렸고, 귀는 물에 잠긴 듯 온통 먹먹했다. 그럼에도 잠뜰이 아무 불편함도 느끼지 못한 이유는,

잠뜰 앞에 사내가, 세상의 모든 선명함을 독차지 한듯한 사내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잊은 듯 보이는 사내가 초점을 잃은 채 잠뜰을 응시하고 있었다.

 

-기껏 평행세계로 도망치니 세계의 비밀을 알아내 쫓겨나고 말았네요. 이 얼마나 기구한 운명인지.-

 

희극을 펼치듯 우스꽝스러운 말투였다. 날아갈 듯 가벼운 저 무게는 진심인지, 아님 스스로 가라앉아

버린 것인지. 포도잼과 같이 달큰한 눈은 분명 제게 애정을 품고 있었으나 진득한 혐오가 섞여 감정의

이름을 정의 내릴 수 없었다.

 

그렇게 넋을 놓듯 사내와 눈을 맞췄다. 그러다 알아차렸다. 나와 마주한 사내의 동공에 담긴 사람은

내가 아니라는걸. 내게 누군가를 투영하는 모양이지, 아마. 그 사람이 이 진득한 애증의 주인인 모양이다.

 

내가 사내를 관찰한 새에 사내도 무언갈 알아챈 걸까. 뇌가 흐물흐물해져 그 내용물이 흘러나오는

기분이었다. 내 기억이라도 읽고 있는 건지. 더 이상 드러나는 정보가 없어 그저 상대를 빤히 응시하고

있었는데, 마찬가지로 관찰을 끝낸듯한 사내가 인상을 찡그리곤 집씼듯 말했다.

 

-그렇군요. 이곳은 저도 당신도,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로군요. 역겹기 짝이 없게.-

 

"이곳, 이란 건 꿈을 뜻하는 겁니까?"

 

질문이 닿자 남자의 여유만만한 얼굴이 굳었다. 꿈일 리가 없었다. 내 꿈엔 당신이 나오지 않았는걸.

그렇다고 현실을 의미한다면, 남자는 도대체 어디서 온걸까. 무엇을 위해?

흠칫 놀란 남자가 숨이 막힌다는듯 답했다.

 

-글쎄요. 당신이 꿈 취급하면 꿈이 되는거고, 받아들일 그릇이 되면 마냥 꿈은 아닐지도 모르죠.-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의미 모를 말 투성이였다. 곰곰이 그 의미를 생각하다,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식겁했다.

 

"잠시만,"

 

남자의 몸이 발끝부터 서서히 투명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아직 알아낸게 하나도 없는데,

이를 까득 물었다. 이대로 보낼 순 없었다. 눈에 들어온 와이셔츠 소매를 다급히 붙잡았다.

 

-역시 끈질기시네. 하긴, 이런 성격이 아니었다면 인형에 생명을 불어넣는 짓도 영원히 성공할 수

없으셨겠죠.-

 

"당신의 주인이 누구던, 제게서 누굴 보고있던 제 알 바 아닙니다만, 당신이 알게된 그 세계의 비밀이란 거

말입니다. 그건 좀 구미가 당겨서."

 

남자의 눈이 의외라는듯 크게 떠졌다. 물론 그 사이에도 몸은 서서히 투명해지고 있었다. 이젠 정말

시간이 없었다. 내 목소리가 한결 더 다급해졌다.

 

"눈앞의 사람이 그걸 알게되어 소멸하는 중인데 지금 그게 궁금합니까? 모르는게 약이라는 전제는

당신에게 없는 겁니까?"

 

쯧, 그럴 시간에 알려나 주지. 혀를 차며 몰래 불평했다.

 

"감당은 제가 합니다. 물어놓고 감당 못하면 제가 그정도 인간인거고."

 

남자가 뭐라 말하려는 듯 입을 뻐끔거리더니 이내 얼마남지 않은 자신의 몸을 보고 주먹을 꽉 쥐었다.

 

"빨리, 지금 한시가 급한데,"

 

"걱정하지 마세요. 원하시던 비밀은 확실히 알려드리겠습니다. 다만 방식이 조금 거칠수도 있는데,

괜찮으시죠?"

 

이내 남자가 가루가 되어 발끝부터 천천히 날렸다. 허, 웃음이 나왔다. 대답할 시간을 주던가.

눈으로 약간의 욕을 섞어 전했다. 약속이나 지키던가요.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는 듯 마지막으로 머리카락 한올이 날리는 순간까지 남자의 입에서는 미소가

떠날줄을 몰라, 그 광경이 꽤나 기괴했다. 뱀같은 사람. 그럼에도 어딘가 모르게 처연한 사람.

 

이윽고 그 남자가 떠난 자리에는 주인잃은 회중시계만이 남아있었다.

 

 

 

 

 

*

 

 

 

 

 

그 다음날엔, 사실,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세계의 비밀이니 뭐니 무슨 판타지 영화같은 소리냐며

스스로를 타박하다가도, 그런 걸 따지기엔 내 존재를 부정하는 꼴이어서. 대충 길몽 하나 꾼 걸로

넘어가려 했다. 그러다, 저를 비웃듯 하루가 지나자 지금같은 의미모를 자막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다가도 스스로의 능력에 대해 아는게 뭐가 있느냐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결과가 지금 이 꼴이다.

 

창밖엔 땅거미도 기어들어간 어둠 뿐이었다. 톡, 톡. 손톱과 반질거리는 책상이 일정한 박자로 부딪혔다.

이와중에도 머릿속은 팽팽 소리를 내며 치밀하게 굴러가고 있었다. 시나리오가 수정됐다고. 시나리오,

시나리오라. 무슨  의미일까. 한두번이라며 가볍게 넘기기엔 한도초과다. 보통 연극의 대본에서

쓰이는 용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용도라도 있는걸까. 그럼 다른 의미의 시나리오는 무엇을 의미할까. 역시 범죄 관련일까. 아님 대한민국 역사에 지울수 없을만한 연쇄 살인사건이라도 일어나나.

 

잡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던 그때, 어둠 사이로 빛이 들어왔다. 문이 벌컥 열렸다. 아직도

퇴근하지 않고 뭐하냐는 또니순경이다. 수현 경사에 비할바는 못되지만 만만찮은 잔소리가 시작됐다.

어쩔수 없이 생각을 멈췄다. 하긴. 불도 꺼져있는 어두운 사무실에 가만히 서있는 모습은 걱정할 만했다.

 

맞다, 그러고 보니 또니 순경 취미가 글쓰기였지. 돌리려던 몸을 세워 또니순경을 불렀다. 또니순경은 아무 저항 없이 순순히 돌아섰다. 또니순경, 혹시 시나리오에 내가 아는 보편적인 뜻 말고 다른 의미가 있던가?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이 돌아왔다.

 

“아니요? 적어도 전 아는 게 없어요.”

 

”그런가. 혹시 나중에라도 알게 되면 내게 귀띔해주게.“

 

또니순경에게 건낸 대화가 한참을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용건이 남았냐는 듯 분홍빛 눈을 빤히

쳐다보니 우물쭈물 말이 돌아왔다. 왜 물어보시는지... 여쭤봐도 돼요? 사건과 관련됐냐는 말이다.

문제라면 자신조차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아직 나도 잘 모르겠네. 별일 아닌것 같으니 걱정말고, 내일보지.“

 

별일은 아니었다. 아마 그 남자가 약속한 세계의 비밀과 연관이 있겠지. 문제는 이게 무엇을 의미하냐 인데. 그건 내가 해결할 일이었다. 걱정말라는 의미로 또니순경에게 인사를 건냈다.

 

”또니순경?"

 

10초, 20초, 30초가 지났다. 인사를 받은 또니 순경의 눈이 깜빡이지 않았다. 입가에 손을 대보니

호흡도 멈춰있었다. 마치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양. 기시감을 느낀건 그제서였다. 몸을 흔들던 중이었다.

 

[시나리오가 수정되었습니다.]

 

눈앞에 또 그 빌어먹을 자막이 나타났다. 이젠 정말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세계의 태엽이

빙글 회전했다. 시야가 암전했다.

 

시야가 검은 상태로 돌아왔을 땐 자세가 바뀌어 있었다. 감고있는 눈 위로 닿아오는 공기가 방금과 다르게

따뜻했다. 본능이 또한번 말했다. 여긴 서의 복도가 아니었다. 잔잔히 들리는 타자소리와 꽤 가까이서 들려오는 목소리,

 

목소리? 누구의?

 

너무나 익숙하고 살짝은 얄미운... 공경장이다. 이건 공경장의 목소리였다. 감긴 눈을 천천히 떴다.

이 자세를 꽤나 오래 유지했는지 일어나는데 뼈가 우득 거렸다.

 

"어, 경위님 일어나셨네. 많이 피곤하셨나봐요. 경위님은 근무중에 왠만해선 안주무시잖아요."

 

조곤조곤한 목소리, 이건 수경사였다. 그럼 여기는, 오늘 저녁까지 머물던 여관인가. 뻑뻑한 눈을 힘주어

깜빡였다. 나가있던 초점이 서서히 돌아왔다. 지금 가장 중요한건 '여기가 어디냐' 가 아니라 '지금이 몇시냐' 였다.

 

"덕경장, 지금이 몇시지?"

 

덕경장이 나를 떨떠름하게 쳐다봤다. 나름 가다듬고 말했는데 다급한 티가 어쩔 수 없이 묻어나온 것

같았다.

 

"지금이야.... 오후 3시죠. 왜그러세요?"

 

오후 세시. 내가 퇴근하려던 때의 시간은 오후 11시였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자그마치 여덟시간을

거슬러 올라왔다는 소리다. 시나리오가 수정됐다는 자막을 본 후로.

 

이게 다 무슨 일인지. 머리가 터질것만 같았다.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혼자가 아니라

그것마저 할 수 없었다. 조금이나마 머리를 식혀보려 마른 세수를 했다. 진정된 머리로 지금까지의 일들을 정리하려 펜을 들었다.

 

우선, 남자가 말한 세계의 비밀은 시나리오가 수정되었다는 자막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그 자막은

8시간을 거슬러 올라왔다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 그럼, 시나리오가 수정된것과 시간이 돌려진 것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사색에 잠겨있던 중이었다. 시간이 조금만 더 주어졌더라면 좋았을텐데, 시간은 예외없이 흘러 수사에 착수해야할 때였다. 그래, 오늘은 월야 서커스 살인사건의 진범이 밝혀지는 날. 비극적인 진실이 수면 위로 들어나는 날이었다. 이번 수사는 팀원들의 덕이 컸지. 덕분에 수월히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

 

익숙한 장소와 사람들이 보이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나는 이미 진실을 아는데, 굳이 수사를 반복해야 할까. 아니면 상황을 보고자 일단은 가만히 행동해야 할까.

 

갈등 끝에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혹시 모를 만약을 대비해서. 범인은 류가람씨라는 걸 기억은 해두자.

 

 

 

 

*

 

 

 

 

상황이 달라졌다. 류가람씨는 범인이 아니었다. 증거도 모두 변했다. 한마디로, 시간이 돌아가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이건 또 어떻게 된 거야. 머리가 팽팽 돌았다. 시나리오가 수정됐다는 말이 현실이 바뀌었다는 의미였나.

머릿속은 벌써부터 최악을 가정하고 있었다. 상상하기 싫지만, 정말 최악의 가정이지만, 만약, 시나리오가

이 세상 그 자체라면? 결국 이 세상이 누군가가 창작한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면?

 

그렇다면, 나는 어떡하지? 내 노력이, 삶이, 성격이, 사소한 습관 하나마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거라면?

갑자기 주위의 모든 것들이 소름 끼치게 다가왔다. 살랑이는 자신의 머릿결, 유난히 애정해 거의 매일을 입고 다니는 회색빛 코트, 주머니에 붙어있는 고래 모양의 뱃지까지. 인위적이지 않은 게 없었다.

 

그래서였다. 머리를 자른것은, 제대로 된 가위도 아닌 부억칼로 대충 뭉텅잡아 잘라버린것은,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누군지도 모를 사람 때문에 내가 머리를 기르고 있던 거라면 그딴건 잘라 마땅했으니까.

물론 내가 뭘 어찌할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 사실을 상기할수록 속이 점점 곪아갔다. 이건, 그러니까, 자신이 시나리오 속 캐릭터에 불과하다는 걸 알아버린 자의 발버둥이었,

 

[시나리오가 수정되었습니다.] [시나리오가 수정되었습니다.] [시나리오가 수정되었습니다.] [시나리오가 수정되었습니다.] [시나리오가 수정되었습니다.] [시나리오가 수정되었습니다.] [시나리오가 수정되었습니다.] [시나리오가 수정되었습니다.] [시나리오가 수정되었습니다.] [시나리오가 수정되었습니다.] [시나리오가 수정되었습니다.] [시나리오가 수정되었습니다.] [시나리오가 수정되었습니다.] [시나리오가 수정되었습니다.] [시나리오가 수정되었습니다.] [시나리오가 수정되었습니다.][시나리오가 수정되었습니다.] [시나리오가 수정되었습니다.] [시나리오가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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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사무실 가운데 볼펜의 사각거림과 초침의 똑딱 소리만이 공간을 매웠다. 어느새 하루의 남은

시간은 11시를 가리키고 있는 시계의 시침만큼이나 짧아져있었다.

 

"이쯤 할까."

 

평소라면 남은 할당량을 기어코 처리했을 잠뜰은 목구멍 뒤로 치미는 기시감에 이만 짐을 챙겼다.

블라인드를 내리며 창문으로 슬쩍 본 오늘의 하늘에, 유독 새하얗다. 따위의 시답잖은 감상을 남기곤

시려오는 손끝으로 불을 껐다. 그때였다.

 

 

.

 

.

.

 

 

 

물론 내가 뭘 어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 사실을 상기할수록 속은 점점 곪아갔다. 이건, 그러니까,

자신이 시나리오 속 캐릭터에 불과하는걸 알아버린 자의 발버둥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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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뜰의 눈은 어느새 초점을 잃었다. 시간이 되돌려질 때마다 그녀의 기억은, 시나리오는 수백 번의

백스페이스를 거쳐 삭제되고 만 것이다. 유일하게 변하는 것이라곤, 점점 꺾여가는 그녀의 본능 뿐이었다. 그것은 닳고 닳아 저항 의지를 잃은 채 모든 걸 모른 체 하고만 싶어 했다.

 

금단의 것에는 그만한 리스크가 있는 법이다.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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