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렸을 적 라더의 꿈은 경찰이 아니었다.
그저 남들보다 힘이 센 자신이 할 수 있는 거란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렇게 어린 시절이 지나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중학생이 되었다. 그 곳엔 유명한 여학생이 있었다.
자신보다 몇 살 더 많았다. 그 사람은 부끄럽지도 않은지 자신을 소개할 때 “경찰”이라는 단어를 빼먹지 않았다. 학교를 다니며 내적친밀감이 높아졌는지 나는 속으로 호칭을 누나라 불렀다. 그 누나의 소개를
들으며 경찰에 대해 궁금해졌다.
물론 그런 누나를 사람들이 좋게만 바라보지는 않았다. 무슨 여자가 경찰을 하냐, 집에서 살림이나 해라,
여자가 너무 드세면 별로다, 라는 말이 많았다. 하지만 그런 말에도 누나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말에 맞서듯 당당해져갔다.
“네가 내 인생에 보태준 거라도 있니?”
“뭐?”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해. 뭐, 걱정해준 거라면 마음만 받을게~”
그런 누나를 보니 나 역시 ‘경찰’에 대해 궁금해졌다. 내 머릿속에서 경찰은 나쁜 사람을 잡아가는 직업이었다.
그렇게 도서실에서 경찰에 대한 책을 찾던 도중 뒤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너 경찰에 관심이 있니?”
“네..?”
“쭉 지켜봤는데 경찰에 대한 책만 찾아보길래, 관심 있는 거 같아서.”
“아, 네!”
그 대화가 누나와 하는 첫 대화였다. 누나는 내 가슴팍에 달려있는 명찰을 보더니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름이 ‘라더’ 구나?”
“네!”
“네 얘기 많이 들었어! 힘이 남들보다 세다며?”
“아.. 네. 그런데 무슨 일로..”
“네가 경찰로 직업을 갖고 싶다면 나와 같이 공부해볼래?”
정말 뜬금없는 대화였다. 그래도 첫 만남의 첫 대화가 이런 식이었지만 그런 만남 치고는 매우 잘 맞았다.
전교권에서 놀고 있는 누나는 나에게 공부를 가르쳐주었고 체력이 좋은 나는 누나에게 운동을 알려주며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안했다. 그렇게 우리는 ‘ 경찰 ’ 이라는 꿈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졌다.
몇 년이 지나 누나가 대학에 들어갈 나이가 되었다. 나는 누나가 무슨 대학에 들어갈까 궁금했지만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라더야! 나는 경찰대학에 꼭 들어갈 거야!”
“근데 누나.. 그 학교 여자는 안 뽑지 않아..?”
“이번부터 여자도 뽑는다고 하더라구! 물론 정말 소수의 인원이겠지만, 내가 누구냐?”
그 누구보다 자신감 넘치는 미소에 나 역시 따라 웃었다. 그래, 누나는 경찰이랑 정말 잘 어울려. 따라 웃은 나를 보며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았는지 누나는 내 머리칼을 헝클였다.
“너도 꼭 경찰이 되는 거다! 알겠지?”
“그래도 난 경찰 대학까지는 무리일 것 같은데..”
“그럼 순경 시험 봐!”
누나는 항상 그랬다. 내가 어떠한 벽에 부딪혔을 때 앞에서 나를 이끌어주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꿈이 진심이 되어갈수록 힘들어하는 나를 때론 혼을 내고 때론 토닥여주며 그저 제자리에만 서있지 않도록 해주었다.
그렇게 누나는 정말로 경찰 대학에 합격했다. 그 순간은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누나의 가족과 내가
누나의 합격 여부를 기다리며 두 손으로 기도를 하다 떡하니 [ 합격 ] 라고 쓰여있는 것에 모두가 몇 초의 정적이 흐르더니 누나를 부여잡고 환호성을 지르던 순간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누나!!!”
온세상 사람들이 다 들을 정도로 크게 누나를 부르자 누나 역시 태양보다 더 밝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누나는 자신이 가진 꿈에 거의 다다른 것이다.
“라더야, 이거!”
“응? 이거 펜이잖아? 이건 왜?”
“그냥 펜이 아니지! 바로 이 누나가 대학 시험을 볼 때 썼던 펜 아니겠냐~ 너도 이거 가지고 꼭 합격해라!
누나 먼저 간다~”
“응? 누나 어디 가?”
꿈에 대해 다가갔다는 의미 말고 정말 어디 간다는 말투에 나는 물었고 누나는 애매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대학이 우리 동네랑 좀 멀더라고.. 그래서 그 근처에서 자취하기로 했어.”
“…어?”
“그래도 걱정 마, 너라면 내가 없어도 꼭 합격할 수 있어.”
“너무 갑작스러운데…”
“미리 말 못 해줘서 미안..”
“..괜찮아! 영영 못 보는 것도 아니잖아? 누나 먼저 가 있어! 내가 꼭 시험 합격해서 누나 보러갈게!”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해하는 나를 보며 미안하다는 듯 나의 눈치를 보던 누나에게 그렇게 말하자 누나는 눈을 크게 뜨더니 기특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우리 라더, 처음 봤을 땐 그저 어린이였는데 이젠 다 컸네!”
“그럼!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그래그래, 꼭 합격해야한다? 누나가 펜도 주고 가는데 설마 떨어진다는 일은 없어야하는 거 알지?”
“알았어 ㅋㅋㅋ”
농담식의 말들을 주고받자 벌써 집에 가야할 시간이 되었다. 나는 누나에게 다시 한 번 합격 축하한다고 말을 한 뒤 집으로 돌아와 누나가 준 문제집을 펼쳤다.
쓱쓱- 방금 받은 펜으로 필기를 했다. 뭐야, 필기감 별로잖아? 좋지 않은 필기감에 누나는 어떻게 이걸로 시험을 본 건가 생각했지만 어째선지 이것 또한 누나 같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또 몇 년이 지났다. 시험 준비를 하며 군대도 다녀왔다. 그 안에서도 외웠던 것을 까먹지 않기
위해서 공부를 하자 선임들도 기겁을 하며 “어떻게 훈련을 마치고 와서도 공부를 하냐?”라고 물었지만
나는 웃으며 간단하게 답했다. “꿈을 이루고 싶어서요.”
[ 합격 ]
합격했다. 누나가 준 펜을 가지고 다니며 부적처럼 쓴 효과가 나타난 건지 한 번에 합격했다. 그것도 누나가 있는 곳이었다.
“잠뜰이에겐 말했니?”
“아뇨! 놀래켜 주려고 말 안했어요!”
그런 나의 말에 엄마는 푸흐-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고생 많았다, 우리 아들. 그 말에 나 역시 웃으며 말했다. 이제부터 시작인 걸요!
드디어 그 날이 다가왔다. 평소보다 심장이 빨리 뛰고 긴장이 되었다. 평소대로만 하자며 나는 심호흡을 했다. 어라? 저 분은…
“다들 반갑네, 나는 이 경찰서에 경위인 잠뜰이라고 하지. 그럼 다들…?”
“경위님?”
“아, 다들 자기소개를 부탁하네.”
순경들을 바라보던 누나는 시선이 나에게 닿자 눈을 동그랗게 뜨곤 말을 잠시 멈췄고 옆에서 누가 부르자 그제서야 말을 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이번 순경으로 들어온 라더라고 합니다! 경위님 잘 부탁합니다!”
[ 그렇게 우리는 ]
“순경 라더라고?”
[ 꿈을 그저 환상이 아닌 ]
“네! 경위님!”
[ 현실에서 이루고서야 ]
“앞으로 자주 보자고?”
“네!”
[ 다시 만날 수 있었다. ]




" 어렸을 적 라더의 꿈은 경찰이 아니었다. "


W.루사이나 | I. 나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