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날씨: 구름
각별, 그는 좋은 인간관계를 갖고 있던 사람이었다. 사람들 사이에선 그는 완벽한 사람이라 불렸다.
그는 친구들과의 사소한 말다툼이 대단히 많았다. 아니, 다툼이라 할 만큼 큰 것도 아니다.
"야, 놀이공원 가면 롤러코스터를 먼저 타야지."
"아 진짜, 바이킹이 최고 아니냐?"
"아니 그래서 각자 도시락 싸 오는 거지?"
"넌 뭔 소리야. 당연히 한 사람이 싸 와야지."
"그럼 말한 사람이 싸 오는 거로 하자."
"그래, 좋다."
"..., 너희 건 안 싸 온다."
이렇게 놀이공원에선 어떤 걸 먼저 탈지, 음식은 어떤 걸 먹을지와 같이 시시콜콜한 대화들을 많이 나눴다.
아무래도 사소해 보이던 말다툼이 무너지는 젠가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사소한 말장난 같은 다툼이 점점 커져만 갔다. 어떤 놀이기구를 먼저 탈까가 왜 자신을 이해를 못 하는 지로, 어떤 음식을 먹을까가 도대체 넌 왜 그런 걸 고르는 것이냐고 커졌다. 그렇게 각별은 친구들과의 만남을 점점 줄여나갔다.
못해도 일주일에 1번은 만나려던 친구들과의 만남이 한 달에 4번으로, 3번으로 점점 줄어들었다.
그는 쓸 수 있는 장이 한참이나 남은 일기장을 산 지 얼마 되어 보이지 않는 반짝이는 나무 상자에 넣었다.
친구들과 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긴 머리와 친구들이 그에게 어울린다며 사준 오묘한 빛을 가진 별 머리끈도 함께 넣었다. 그리곤 다락방에서 나왔다. 위태위태하던 유리 젠가 하나가 와르르하고 한순간에 무너져버렸다.
그렇게 그의 이야기는 반년 동안 같은 자리만을 맴돌았다. 끝이 나지 않은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는 마음을 갖고 각별은 같은 자리만 맴돌게 하던 쳇바퀴에서 나와 다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려 했다. 상자를 열려고 했지만, 상자의 열쇠는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그의 이야기를 쓰려 새로운 일기장을 산 후
다시 한번 쓰려고 했지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는 그저 요즘 피곤한 것이라며 진짜 원인은 제쳐두고 넋이 빠진 채 살아갔다.
그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며 도망치듯 그의 할머니의 자취가 담겨있는 시골집으로 내려갔다.
끼익- 소리가 나는 문을 여니 퀴퀴한 냄새가 나는 창고와 연탄보일러가 보인다. 창고 옆으로 가니 작은
창고 겸 세탁실이 함께 붙어 있다. 집으로 들어가니 어렸을 적과 다른 점은 할머니의 소지품을 태우느라 살짝 열린 옷장들과 조그만 상자, 뽀얗게 쌓인 먼지뿐이었다.
"이곳은 정말 바뀌지 않았구나."
책장 위에 있는 먼지를 쓱- 쓸더니 손가락을 문질러 먼지를 없앴다. 그는 짐은 트렁크에 두고 집에 들어가 가장 먼저 쌓이고 쌓여 한 덩이가 된 먼지들을 치웠다.
"후…. 드디어 사람이 살만한 집 같네."
그러고 나서 그는 자취방에서 가져온 이부자리를 풀고 깨끗해진 옷장에 넣곤, 보글보글 탁탁-, 소리를 내며 후에 간식으로 먹을 어릴 적 할머니가 만들어 주신 떡수단을 만들었다. 떡수단을 털털거리며 오래된 냉장고에 넣어 식히는 동안 동네를 둘러보기로 했다. 청량한 물의 향이 나는 냇가, 땅속에 있는 곤충과 동물들이 노는 소리, 바람에 살랑이며 자장가를 불러주는 들판, 또 어릴 적부터 이곳을 지켰던 장승들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장승 아저씨, 누나. 이젠 장승이라고 불러야 하나?"
어릴 적 불렀던 장승들의 애칭을 말하며 오랜만에 인사를 했다.
동네를 둘러보고 나니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찌르륵거리며 우는 풀벌레와 밥 달라며 야옹거리는 고양이, 아까 식혀둔 떡수단을 함께 먹으며 정말 오랜만에 휴식을 즐기며 시골에서의 하룻밤을 보냈다.
그렇게 편안하게 생활하던 중, 아닌 밤중에 고양이들이 싸우는 소리가 들려 깜짝 놀라 깨보니 서로 약간
다친 채로 싸움하고 있길래 더 이상 다치지 않게 중간에 끼어들어 싸움이 흐지부지되었다. 며칠 뒤에 싸우던 고양이 한 마리가 상대 고양이에게 사과하는 듯 머리를 살짝 부딪히며 비볐다. 또, 사과의 표시인지 어디서 구한 줄 모르겠는 소시지 하나를 물어다 주었다. 하지만 고양이들은 껍질을 잘 까지 못해 지켜보고 있던
내가 까주어서 반으로 갈라 둘에게 나누어 주었다.
"아이고, 사과도 할 줄 알고 멋지네? 근데 이거 내 것 아냐?"
둘은 못 알아들었다는 듯이 자리를 떠났다. 다음 날 슈퍼에 들렸다 다시 집으로 가는 나에게 친구가 된 듯
함께 다니는 녀석들이 보였다. 나는 그걸 보면서 기분 좋은 상태로 떠날 채비를 했다. 떠날 채비를 마치고
트렁크에 모든 짐을 실었다. 그냥 가기 아쉬워 동네를 차를 타고 상큼한 바람을 맞으며 구경하였다.
달콤했던 휴식이 끝나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자 그와 친구들의 사이는 더욱 멀어졌다. 하지만 그가
자신만의 사과하는 방법을 생각한 후였다. 그는 움츠러드는 어깨를 당당히 펴고 마음을 바로잡은 후 친구들에게 다가갔다.
"저기…. 옆에 자리 있어?"
그는 부드럽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말하였다.
물어본 친구는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말하였다.
"응, 있어."
그와 옆에 있는 친구는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단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강의가 끝났다. 그는 다시 한번 친구들에게 다가가 갑작스럽게 자기 할머니 댁에게 가자고 하였다. 친구들은 당황해하면서 생각을 해본다고 하였다.
"역시 괜히 말했나 보네. 하긴 너무 뜬금없이 말하긴 했지."
그는 한숨을 내뱉으며 스마트폰을 잡았다. 그때였다. 띠링- 하고 알림이 울리더니 단톡방에 초대되었다.
그곳에서 한 친구가 "각별아, 우리 갈게."라고 말하였다. 각별은 답을 보낸 후에 가장 먼저 짐을 싸고,
식재료들을 사놓았다.
떨어진 젠가는 다시 올라갈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차곡차곡 올라가는 젠가도 그들의 마음을 알아서일까,
이렇게 얌전히 흘러내리지 않고 있다니, 각별은 젠가의 신이 있다면 절을 하고 싶어질 정도였다.
그들은 각별이 머물렀던 그의 할머니 집에 가 고기와 술잔을 적당히 분위기가 달아오를 정도로 먹었다.
각별은 닫혀있던 입술을 열기 시작했다.
"하. 얘들아 내가 그동안 여기 내려와 있으면서 생각해 봤거든? 근데 나는 너희가 필요하다. 괜찮다면 다시 친구 해줄래?"
친구들도 제각각 입을 열더니 금세 시끄러워졌다.
"나도 미안하다. 그냥 어느 순간 네가 불편하더라고."
"나도 미안…. 하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반딧불이 무리가 근처로 와서 몇 바퀴 돌더니 다시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돌아가 버렸다.
"반딧불이가 시끄럽다고 얼른 가라는 건가 봐. 인제 그만 씻고 자자."
탁- 하고 불이 꺼졌다.
차갑고 조용했던 시골집이 시끄럽고 따뜻한 시골집으로, 시끄럽고 따뜻했던 시골집이 조용하지만 포근하고
따뜻하게 바뀌었다.
각별은 다시 돌아와 다락방으로 올라와 먼지가 쌓인 상자를 털어내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 일기장을 끌어안고
행복하게 잠이 들었다.
각별은 몰랐다. 상자의 열쇠는 자기 손에 있었다. 아니 사실은 상자는 열려있었다. 단지 그의 마음이 닫혀
있었을 뿐이었다.
모든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 설령 제아무리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더라도.




" 모든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 "


W. 뇽룡 | I. 공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