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2-1.png
바닥_edited.png
바닥.png
바닥선.png
바닥선_edited.png
1-1.png
메뉴2.png
2 본관2.png

 

" 슬픔의 순환은 반복될 것인가? "

꽃3.png
꽃3_edited.png

W. 시나 | I. 흑화한눈사람

다야3.png
frame-g3937ffed6_640__.png
순환 - 흑눈님.jpg
frame-g3937ffed6_640.png
1087472.png
다야3.png

어떤 겨울 동화

 

 

 

옛날 옛적에, 수많은 상처를 입었던 겨울의 신의 분노가 계절의 수레바퀴를 멈췄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영원한 겨울만이 이어질 줄 알았지만, 순환의 굴레를 완전히 벗지 못한 신은 끝내 소멸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순환을 되찾은 겨울은 끊임없이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수없이 겨울이 반복되던 어느 날, 금빛 눈을 가진 한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

.

 

겨울날에 태어났던 아이는 평범한 아이들과 다를 것 없이 자랐습니다. 그렇게 남다르지 않은 행복한 나날을 보내면서도, 다시 겨울은 찾아왔습니다.

그날은 첫눈이 내렸습니다. 한껏 들떠 있던 아이는 겉옷도 제대로 걸치지 않은 채 밖으로 뛰쳐나가

맨발로 눈밭을 걸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런 아이를 보고 놀랐지만, 아이는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고

여전히 맨발로 눈 위를 걸었습니다. 바람이 불 때 하늘하늘한 옷과 까만 머리칼이 휘날리면 아이는

즐겁게 웃으며 춤추듯이 첫눈 사이로 지나갔습니다. 사람들의 말과는 다르게 아이는 조금도 춥지

않았습니다. 차가운 겨울은 오히려 아이를 더욱 따듯하게 감싸주었습니다.

그날 이후로도 아이는 겨울이 될 때마다 늘 밖에 나가 눈 속을 거닐곤 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는 여전히 따스했습니다.

.

.

 

몇 번의 겨울이 지나고 아이는 어엿한 소년으로 자라 있었습니다. 그 시간 속에서, 남들보다 겨울이랑 가까웠던 소년은 흰 눈 속에 숨겨진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소년과 달리 겨울에도 따듯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차가웠습니다. 나누어 주는 이들은 없었고, 가지려는 이들은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남아 있는 것조차 뺏긴 사람들은 겨울바람 속에서

사라져 갔습니다.

누구보다 겨울과 가까웠던 소년은 이 모든 걸 두 눈에 담아야만 했습니다. 아직 어렸던 소년에겐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순간들이었습니다. 보고 싶지 않아도 겨울 속 사람들의 추악함이 드러나며 소년을 괴롭게 만들었습니다.

그때 소년이 느낀 겨울은, 이상하리만치 고통스러웠습니다. 마치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던 일을 겪은 것처럼 슬퍼했습니다. 하지만 소년 홀로 흘리는 눈물은 하얀 눈에 덮여 사라지기만 했습니다.

그로부터 시간이 더 흘렀지만, 시간이 약이 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한때 웃고 울던 모습은 사라진 채 차가운 표정만 남았고, 사람들의 정을 찾던 소년은 이제 기대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소년은 다시 추위를 느끼진 않았지만, 따듯함을 느끼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겨울날, 소년은 떠났습니다. 목적지도 없이, 그저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을 곳을 찾아

헤맸습니다. 소년을 붙잡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소년은 이젠 상관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

.

 

한참을 걷던 소년은 어느 깊은 숲속에 발을 들였습니다. 날이 점점 저물어가던 참이었기에 소년은

커다란 나무 아래에 웅크려 잠을 청하기로 했습니다. 소년은 흰 머리카락이 눈에 부드럽게 닿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잠에 빠졌고, 그날 밤에 꿈을 꾸었습니다.

 

차마 다가갈 수 없을 정도로 장엄한 느낌이 소년을 감싸면서 정신이 아득해지려던 찰나, 누군가가

따스하게 소년의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소년은 조심스레 그 손을 잡고선 다시 일어났습니다.

'오랜만이구나.'

 

그 순간, 머릿속에서 울리는 목소리에 소년은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크고 무거운 목소리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습니다.

'다시는 아프지 않을 줄 알았지만... 여전히 겨울은 차가운 계절인가 보구나. 그때와 똑같이...'

 

소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 목소리는 아까보단 조금 더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부탁이 하나 있다. 겨울을 다스려 줄 수 있겠느냐?'

"...네?"

'다시 한 번, 너에게 계절을 통치할 수 있는 힘을 주겠다. 부디 이 땅의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거라.'

 

어째서인지 슬픔에 젖은 듯한 목소리를 들으며 소년은 생각했습니다. 그는 이기적이고 추악한 사람들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차라리 모두 흰 눈에 뒤덮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때도 분명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년은 마지막으로 믿고 싶었습니다. 아직 비록 차디찬 겨울이지만 그 속에도 따스한 사람들이 있다고 믿고 싶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소년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소년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 존재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소년의 손을 꼭 잡아주었습니다.

'고맙다... 부디, 부디 이번엔 행복하거라.'

 

소년은 퍼뜩 드는 기시감에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런 소년의 앞에는, 자신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주는

눈빛 머리카락의 신이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소년은,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fin-

 

 

.

.

.

슬픔의 순환은 반복될 것인가?

다야.png
mandala-g288051fbb_640-removebg-preview.png
메뉴1.png
3 별관.png
bottom of page